[악곡분석] 제자 되게 하소서 (오진득)
제자 되게 하소서
작사 : 장승희 작곡 : 오진득
[ 개요 ]
작곡년도는 불확실하지만 2000년 3월 1일 『미완성 7집』에 출간됐다.
"제자가 되게 하소서"라고 하는 사명을 일깨우는 기도를 가사로 하고 있어 공감하기 쉽고, 선율도 참 아름답다.
곡의 난이도 또한 그리 높지 않은데, 가장 높은 음이 G5 이지만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단 한번 나오고 충분히 소리를 낼 수 있는 발음이 배치됐다. 또 F5 음도 간혹 나올 뿐이어서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다.
연주시간이 3분 정도 되므로 예배 시 찬양대 찬송으로도 무리가 없다.
곡은 4/4 박자이며, 조성은 Bb 장조(g 단조) - a 단조 - C 장조(a 단조) 로 돼 있다.
템포는 80 으로 보통빠르기 정도이며 약간 빠르게 걷는 정도의 속도이다.
[ 가사 ]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헌신을 위한 기도의 찬양이다.
이 곡의 가사는 1~3절까지 3 부분이지만 각 가사의 내용에 맞게 통절형식으로 작곡되었다.
* 가사의 구성을 살펴보자.
[ I ]
회의와 슬픔으로 헤매는 우리에게
한걸음 한걸음씩 정진케 하옵시고
슬플 때 실망보다 슬플 때 고뇌보다
더 강한 희망으로 용기를 주옵소서
I 부분에서 우리는 회의, 슬픔 등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고뇌하는 제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회의, 슬픔, 헤매는, 실망, 고뇌 등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단어들이 전체적으로 배치돼 있다. 그러나 연약함에도 쓰러지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갈 수 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한다. 슬플 때에도 실망이나 고뇌보다 희망과 용기를 주십사고 기도한다.
[ II ]
어둠 속을 헤매는 눈물짓는 형제 위해
말씀과 기도로 사랑 실천 하리라
절망할 때 위로를 실망할 때 웃음으로
부르심에 합당한 제자되게 하소서
II 부분에서는 제자의 삶이 무엇인지 구체화하고 있다.
제자로서의 고백과도 같은 부분이다. 내 문제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돌아보는 제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절망 또는 실망 중에 있는 연약한 성도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겠노라 다짐하며, 바로 이것이 나를 제자로 부르신 목적이라고 인식하고 이에 합당한 제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 III ]
짧은 생애 하늘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
사랑의 십자가를 내가 지고 가리라
나의 마음 비움으로 주 안에서 꽃이 되어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여 주옵소서
III 부분은 짧은 이 땅에서의 제자의 삶은 '하늘을 향해 가는 순례자의 삶'과 같다고 고백하면서 '사랑의 십자가를 내가 지겠노라'고 결심한다. 사랑의 십자가란 앞의 II 부분에서 다짐했던 내용이다. 나를 비우고 온전히 주님의 도구로 쓰임 받겠다는 결심의 기도를 드린다.
왜 꽃이 되겠다고 할까? 꽃을 받는 사람의 마음은 기쁨을 얻고 때론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꽃을 준 사람을 기억하고 감사하게 된다. 사실상 꽃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말라지고 버려지고 잊혀질 것이다. 도구일 뿐이다. 다른 성도들에게 기쁨을 주는 꽃, 주님의 위로를 주는 꽃, 주님이 선물하는 꽃과 같은 제자의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나는 없어지고 주님만이 남는 제자, 그래서 마음을 비우겠노라고 기도한다.
이러한 주님의 도구가 되는 제자로 사용해 주십사고 기도한다.
그래서 이 곡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여기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다.
[ 곡조 ]
전체적으로 가사에 맞춰 세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I [Bb장조, i+ii] - 간주 - II [a 단조, iii+iv] - III [C 장조,v+vi]
* ii 시작부분에 g 단조, vi 시작부분에 a 단조 가 포함돼 있다.
시작부분에 pasante 라는 스페인어가 나온다. 이 말은 ‘지나가다, 통과하다, 건너다’라는 뜻이다.
i : "회의와 슬픔으로 헤매는 우리에게"
"한걸음 한걸음씩 정진케 하옵시고"
처음 합창이 시작되면서 남성들이 unison 으로 멜로디를 부르고 소프라노와 앨토는 "우~" 로 돕고 있다.
여성파트는 남성파트의 선율을 마치 위에서 따뜻하게 감싸 안은 듯이 부드럽게 불러야 한다. 낮음 음역을 지나는 남성파트의 선율로 인한 단조로움을 예방하면서, 기도하는 제자들에게 천사들이 나타나 힘을 돋우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찬양대에 여성파트의 소리가 남성파트에 비해 커서 "우~" 만 들리고 남성파트의 멜로디 가사가 안들리거나 작게 들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음악에서 멜로디는 매우 중요하다. 멜로디는 물론이고 멜로디에 실린 가사가 분명하게 들리지 않으면 조정해 줘야 한다. 예로, 일부만 소프라노를 하고 나머지는 멜로디를 부르게 하든지 아니면 앨토파트가 멜로디를 같이 부르게 할 수도 있다. 악보에도 보면 시작할 때 남성파트는 f 소프라노는 mf 앨토는 p 로 연주하도록 돼 있다. 만일 악기가 있다면 합창은 모두 멜로디를 부르게 하고 여성파트는 악기 솔로 또는 일부가 각각 연주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ii : "슬플 때 실망보다 슬플 때 고뇌보다"
"더 강한 희망으로 용기를 주옵소서"
이 부분은 부드럽게(dolce) 부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시작부분에 g 단조로 돼 있지만 Bb 장조로 마친다. 제자들이 힘에 겨워 지쳐있을 때 성령 하나님은 우리를 위하여 탄식함으로 기도하신다. 베이스를 보면 하강하는 선율을 통해 지쳐있는 제자의 심정을 잘 표현해 주고 있으며, 반대로 소프라노는 점점 더 상승하는 선율로 용기를 북돋우시는 하나님의 부드러운 섭리를 느끼게 해 준다. 제자를 일으켜 세우시는 주님의 격려를 느끼게 하며, 동시에 성도들을 위해 애타게 기도하시는 성령님의 도우심을 찾아볼 수 있게 한다. 이 부분에서 앨토와 테너 선율은 화음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도적인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앨토는 너무 강하게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테너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너무 크고 강한 소리로 부르게 되면 여성파트의 가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간주)"
그리고 간주가 나온다.
간주 전후에 기도의 폭이 달라진 것을 보면 이 부분은 주님과의 교감 부분으로 봐야한다. 간주 전에는 제자의 회의 또 슬픔의 치유를 말하다가, 간주 후에는 연약한 형제를 위한 사랑 실천을 말하는 것으로 봐서 주님의 위로 및 만남이 함축된 부분으로 보는 것이 좋다. 정확히 말하면 가사의 갑작스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간주를 넣은 것으로 봐야 한다.
간주부분으로 가면서 계속 dolce 로 연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른손 반주 부분에서 강하게 꽝꽝 연타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회의, 실망과 슬픔으로 터벅터벅 걷고 있는 모습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제자의 심정 깊은 곳을 두드리는 선율이 마치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하다. 세번째 마디부터는 걸음이 약간씩 달라지고 있다. 5마디부터는 발걸음이 가볍고 빨라진다. 그리고 드디어 툭툭 털고 일어선다.
iii - "어둠 속을 헤매는 눈물짓는 형제 위해"
"말씀과 기도로 사랑 실천하리라"
iv - "절망할 때 위로를 실망할 때 웃음으로"
"부르심에 합당한 제자 되게 하소서"
간주를 지나면서 조성은 이미 a 단조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표정을 가지고(con espressivo) 부른다.
앞의 간주부분에서 왼손 베이스 선율에 등장했던 음형이 이 부분 전체를 통하여 일관성 있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주님의 위로의 메시지가 제자의 삶에서 변함없는 동인이 됨을 말한다.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제자의 길을 걷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님의 제자란 어떤 모습인지를 나타내주고 있다. 바로 주님을 따라가는 삶이다. 여성파트의 선율이 나오면 바로 뒤이어 남성파트가 같은 음형을 연주하며 B 부분 전체를 지나고 있다.
특히 여기 II 부분의 선율은 감성적이며 아름답게 흘러간다. 그런데 이런 경우 곡조를 따라가다 보면 가사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가사를 의미 있게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여야 한다.
"눈물짓는 형제 위해~" 부분은 악절이 마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위해~" 라고 내는 "애" 발음의 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뒤에 이어오는 "말씀과 기도" 라는 단어까지 연결되도록 해 줘야 한다. 즉, 호흡을 끊지 않고 이어줘야 한다. "눈물짓는", "사랑 실천하리라" 앞에서 한 박자씩 쉬게 돼 있는데 이때 적극적으로 호흡을 하면 앞뒤의 의미가 단절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쉼표 다음에 나오는 단어를 충분히 강조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호흡해야 한다. 특히 "실망할 때" 부분은 여성파트와 남성파트의 음정이 다르므로 실수하지 않도록, 혹 갑자기 소리가 작아지지 않도록 주의하여 철저히 연습해야 한다.
v - "짧은 생애 하늘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
"사랑의 십자가를 내가 지고 가리라"
생기있게(Animato) 부르라는 지시어가 있다. 그리고 f 이다. 제자는 생동감 있고 기쁨에 찬 걸음을 걷고 있다. 여기서 f 는 크게 부르라는 것 보다는 밝고 생동감이 살아 있게 부르라는 것으로 봐야 한다. 소프라노와 다른 선율 사이에 앞에서의 모습이 연이어 나타나는데 주님 가신 발자취를 기쁘게 뒤따르는 제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앞에서보다 더 적극적으로 가까이 따라가고 있다.
vi - "나의 마음 비움으로 주 안에서 꽃이 되어"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여 주옵소서"
이 부분은 a 단조로 조성이 바뀌어 시작하며 마칠 때 C 장조로 돌아간다.
그리고 mp 로 시작하여 ff 로 마친다. f (주님의 도구로) ff (사용하여 주옵소서) 라고 하는 부분은 결단의 내용이면서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므로 세고, 크게 부르면 될 것이다. 마지막 "사용하여 주옵소서" 위치에서는 페르마타 직전에서부터 자연스럽게 ritardando 하는 것이 좋으며, 마지막에 나오는 rit. 라는 지시는 ritardando 보다는 ritenuto 로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 이정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