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기도 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교향곡에 대해서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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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1770-1827) 교향곡 제9번 D단조 작품 125 《합창》
이 곡은 베토벤 예술의 최고 절정을 이루고 있으며, 고금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뛰어난 걸작품의 하나이다.
베토벤이 항상 공감하고 애독했던 독일의 위대한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Fridrich Schillers)의 장시 <환희의 노래> 에 의한 합창 붙임을 가진 교향곡이며, 네 사람의 독창과 대합창이 교향곡에 사용된 최초의 음악이다. 23살의 젊은 베토벤은 <환희의 노래>를 읽고 음악으로 옮기려고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실제로 <환희의 노래>가 교향곡에 담겨 완성된 것은 31년 뒤인 1824년이다.
베토벤이 처음으로 교향악과 칸타타의 결합을 시도한 것은 1808년의 《합창 환상곡》작품 80번에서였으며 이 시도가 후에 《합창》교향곡이란 위대한 작품을 만들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 곡을 작곡할 때 베토벤은 완전히 귀머거리가 되어 음향의 세계와 단절된 상태에서 무한한 고통과 싸워야 했고, 육체적인 건강의 악화와 가난 때문에 그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그는 고뇌를 맛본 환희를 영원히 노래 부르고 음으로써 표현한 것이다. 그는 예술에 의해 인간의 고난을 극복했으며 역경에 놓일수록 그것을 이겨나가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제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운 포코 마에스토소 D단조 2/4박자
소나타 형식으로 된 이 곡은 천지의 혼돈을 연상케 하는 떤 꾸밈음의 망막한 음향 속에 날카로운 동기의 리듬이 모습을 보이는 도입부로 시작된다.
제1주제는 강력한 분위기 속에서 명쾌하게 진행된다. 이 거대하고 힘찬 주제는 이 교향곡 전곡을 지배하고 있으며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위인적인 주제이다. 숨가쁜 듯한 감동적인 제2주제는 현악기의 스타카토를 타고 클라리넷과 바순, 플루트와 오보에가 다급한 대화를 한다.
제1주제의 부분적인 동기를 곁들이면서 전조와 대비로 이끌어 온 제시부는 강렬한 현악기족의 패시지로 끝난다. 전개부와 제시부보다 더 긴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것으로, 제1부는 제1주제에 의한 동기적인 발전, 제2부는 자유로운 대위법적인 전개, 제3부는 제2주제에 의한 전개인데, 이 부분에서 관악기의 거센 울부짖음과 함께 팀파니의 강한 트레몰로는 장관을 이룬다. 재현부에서 두 주제는 다소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코다도 손색이 없는 대규모로 제1주제, 푸가의 주제를 화려하게 등장시켜 절정에 도달한 뒤 갑자기 두 번에 걸친 반음계적인 상승으로 새로운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제1주제를 유니즌으로 힘차게 울려서 끝맺음 한다.
제2악장 몰토 비바체 D단조 3/4박자
규모가 큰 스케르쪼 악장이다. 고전 교향곡에 있어서는 제2악장에 느린 가곡풍인 악장을 삽입하고 있으나 베토벤은 그 원칙을 무시하고, 이 악장에 스케르쪼를 삽입한 것이다.
곡은 제1악장에 응답하기나 하듯, 단호한 현악기의 포르티시모〔ff〕가 나온 다음 이어서 옥타브로 조율된 팀파니가 결정적인 강타를 보인다. 관현악의 전합주가 이를 받아서 연주한다.
제1주에 해당하는 스케르쪼 부분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소나타 형식을 이룰 만큼 규모가 매우 크다. 트리오부는 2/2박자의 가장 빠른 프레스토 3부형식인데 소박한 주선율과 바순으로 불려지는 대선율이 아름답게 대위법적으로 발전한다.
다음에는 다시 스케르쪼 부분이 반복되어 격한 종결을 짓는다.
제3악장 아다지오 몰토 에 칸타빌레 Bb장조 4/4박자 안단테 모데라토 D장조 3/4박자
이 악장은 대체적으로 성격을 달리한 두 개의 주제의 변주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다. 즉 비할 데 없이 차분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가진 서정적인 주요 주제와 조용한 애정을 노래부르는 듯한 제2주제가 서로 변주되어 나간다.
이 악장의 조용한 아름다움은 표현할 수 없으리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이 두 개의 주제는 반복, 변주되고 조바꿈 등을 하여 다음의 코다에 들어간다.
제4악장 프레스토 D단조 3/4박자
이 악장은 네 사람의 독창자와 대합창을 사용한 마지막 악장으로 《환희의 송가》이다. 관현악의 서주로부터 시작되는 이 악장은 변주곡 형식이라 할 수 있는데 형식적인 것보다는 고뇌를 이겨내고 환희에 도달한 음악 내용이 압도적인 힘으로 우리를 제압한다.
먼저 관악기만으로 숨가쁘고 리드미컬한 곡취를 나타내는데 이것들은 제1, 제2, 제3악장의 주요한 악상을 회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베토벤 자신이 <아니다(Nein)>라고 적어 넣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에 의한 레치타티보 풍의 가락을 무반주로 제시한다. 그리고 망설이던 《환희》의 주제가 되풀이된다.
리드미컬한 팡파르가 짧은 명상을 깨뜨리고 울리다가 멎자, 바리톤이 힘차게 노래를 시작한다.
[오! 벗들이여 이 가락이 아니고 더욱 즐거운 가락 그리고 환희에 넘친 가락을 함께 부르자!]
이 가사는 실러의 시에 의한 것이 아니고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이다. 바리톤 독창은 이어서 처음에 기악으로 모습을 보였던 레치타티보 가락에 의한 환희의 주제를 노래부른다.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그대의 성정에 들어가리.
그대의 매력은 가혹한 세상의 모습에 의해 떨어진 것을 다시 결합시키도다.
그대의 날개에 머물 때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
이 노래는 모두 함께 부를 수 있는 16마디로 된 민요풍의 노래이다.
곡은 일변하여 안단테 G장조 3박자로 위엄있게 된다. 남성 합창이 코랄풍의 노래를 장중하게 부르기 시작하여 높은 음의 현과 함께 여성이 등장한다.
[포옹하라! 만민들이여!
온 세상에게 이 키스를 주리. 형제들이여!
푸른 하늘 위에는 사랑하는 주가 꼭 계시리.
땅에 엎드려 비나니 만물들이여 조물주를 믿는가?
푸른 하늘 위에서 주를 찾으라. 많은 별 위에 그는 꼭 계실 것이다.]
이윽고 혼성합창으로 포옹하라의 선율과 환희의 주제가 얽힌 장려한 2중 푸가가 전개된다.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셈플 마르카토의 D장조 6/4박자이다. 2중 푸가가 귀결부로 들어가면서 다시 기도의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는 곡상이 변하여 2/2 박자의 조심성 있는 알레그로로 된다.
환희의 주제에 의한 변주로 돌아가서 네 명의 독창자와 합창이 《환희의 송가》 첫 구절의 새로운 변주를 주거니 받거니 노래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곡의 코다가 되어 독창과 합창은 프레스티시모로 열광적인 환희를 노래한다.
[품에 안겨라. 만민들이여!
온 세상에 이 키스를 주리...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들이여, 환희 여, 아름다운 주의 빛.]
마지막에 전 관현악 악기는 합창과 함께 무한한 환희 속에서 화려하게 이 대곡을 끝낸다.
베토벤 자신의 말처럼 "고뇌를 돌파하고 환희에 도달"한 것이다.
<< 에피소드 >>
베토벤은 지금까지 작품을 처음 발표할 때에는 의례 자신이 지휘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귀머거리이면서도 지휘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4월 28일에는 합창 리허설이 시작되었으나 작품이 예상 외로 어려워 리허설 일정이 난조를 보인 까닭에 초연이 사흘 늦추어져야 했다.
여성 독창자 헨리에테 존타크와 카롤리네 웅어는 자신들이 부를 음악이 너무 어렵다며 고쳐 써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베토벤을 "발성기관의 폭군"이라 비난했다. 베이스를 맡은 프라이징어는 레치타티브가 너무 높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며 5월 4일 출연을 취소했다.
이틀 뒤에야 빈 극장의 요제프 자이펠트가 대역으로 확정되어 5월 6일 비로소 총 리허설에 들어갔다. 합창의 소프라노와 알토를 보강할 소년 합창단도 총 리허설에 처음 기용했고, 관악기 주자들도 사정은 같았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있은 듯 하다.)
총 리허설이 있고 난 뒤 베토벤은 마지막 수정을 가했다. 예컨데 피날레의 기악 레치타티브 반주에 콘트라 파곳이 첨가된 것이 결과이다.
다음날 저녁 드디어 실연이 이루어졌다. 미하엘 움라우프(Michael Umlauf)가 지휘를 맡았고, 이미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그 옆에 자필 총보를 들고 서서(비록 들리지는 않았지만) 연주를 이끌고 빠르기를 지시했다. 연주자들은 지휘자에만 집중하고 베토벤의 동작은 철저히 무시하도록 사전에 누누이 교육받았으며, 이는 그대로 지켰다.
스케르쪼 악장이 끝나자 벌써 갈채가 터졌다. 피날레가 끝나고 청중이 환호하는 동안에도 베토벤이 객석을 등지고 이를 알지 못하자 웅어가 그의 소매를 끌어당겨 돌아서게 했고, 비로소 베토벤은 청중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갈채에 답례했다. 작품은 열광을 불러 일으켰고 청중은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 날의 분위기에 감명받은 라이프치히 [알게마이네 무지 칼리센 짜이퉁]의 비평가는 "필자는 지금은 냉정을 되찾아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영혼이 누리는 환희", "예술과 진실이 여기서 가장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제 우리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이 이상의 작품은 없다." 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빈의 [살게마이네 테아터짜이틀]에서는 "베토벤의 타이탄적 열정이 낳은 최상의 예술작품"이라며 이제 "작곡가들은 넘기 어려운 큰 산을 만났다" 라고 썼다. 빈의 [자믈러(Sammler)]지는 이 작품의 "젊은 힘"과 "영원한 정열의 불길"을 극찬하며 베토벤의 백발에 착안하여 그를 "머리는 눈으로 덮여 있으나 속에는 한없는 열정이 있는 불카누스(Vulcanus)"에 견주었다.
사를로프 폰 쉴러에게 보낸 편지에 피셰니히는 "나는 베토벤을 잘 알거니와 그에게서 어떤 완벽함을 느끼며 그는 실로 위대하고 고매한 인물"이라 썼다. 피셰니히는 1819년 이래 베를린에 살았으므로 1825년 그곳에서 있은 연주를 들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는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 아마 1793년 편지에 말한 그대로, "위대하고 고매한" 인상을 받았으리라.
(상기의 글은 Deutsche Grammophone DG0106 레코딩의 속지 해설서의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