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곡분석] 십자가 없인 (J.M.Martin 곡)
[ 개요 ]
작곡 : J. M. Martin
빠르기 : Freely, with expression (♩=72)
오늘 연습곡으로 다루고자 하는 악보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을 다운로드하여 작성하였으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조성도 D 장조에서 Eb 장조로 단2도 높였고, 가사를 다시 작성했고, 음표도 가사의 음절에 맞게 약간씩 조절했다.
가사를 다시 작성한 이유는 번역된 가사의 의미가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원곡이 영어로 돼 있는데 번역된 가사를 일부분만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눈물 없인 평안함 없네 죽음 없인 생명 없네
보혈 없인 죄사함 없네 십자가 영광뿐이네
수치 없인 그 영광 없네 슬픔 없인 기쁨 없네
고통 없인 치료함 없네 십자가 영광뿐이네
Without His tears, there is no comfort Without His death, there is no life
Without His blood, there is no pardon Without His cross, there is no crown
Without His shame, there is no glory Without His grief, there is no joy
Without His stripes, there is no healing Without His cross, there is no crown
먼저 필자의 경험을 말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적어본다.
이 곡을 처음 몇 소절을 듣고서, 감성적인 선율과 가사가 크게 마음에 와 닿았고 깊게 감동이 됐다. 그래서 바로 악보를 찾아보게 됐었다. 처음 생각에는 ‘내가 교회에서 봉사할 때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고통이나 슬픔이 있더라도 십자가 영광만 나타내며 겸손하게 묵묵하게 감당해야 하겠다’라고 생각했었다. 무슨 일이건 희생을 통해 열매가 맺히는 것은 천정(天定)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래서 땅에 떨어져 죽고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곡의 제목과 가사를 보는 순간 큰 잘못이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바로 예수님의 구속의 희생을 노래하고 있는 곡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번역된 곡의 경우 지정된 음절을 그대로 따라서 가사를 붙이려고 애를 썼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작곡자를 최대한 존중하고 음악적인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가사를 맞춘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선율 보다는 가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바 명확한 가사 전달을 위해 일부 한 음에 두 개의 음절을 지정하였고 결과적으로 두 박자 음이 한 박자씩 두 개로 나눠지기도 했지만, 최대한 원곡이 손상되지는 않도록 작업을 했다. 또 너무 곡이 쳐지고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템포를 약간 빠르게 조정했고, 조성도 단2도 올렸다. 조성을 바꾼 후, 최고 높은 음이 소프라노 기준으로 E5 에서 F5 로 반음 높아졌지만 제일 낮은 음도 B3 에서 C4 로 반음 높아지게 됐다.
원곡의 가사를 보면 분명히 His 라는 주체가 명시돼 있어서 예수님의 눈물, 죽음, 보혈, 십자가를 의미하고 있음이 바로 나타난다. 그런데 번역된 가사를 보면 예수님에 대한 노래라는 생각을 바로 갖기에는 무리가 되는 가사가 전개된다. 물론 보혈이라는 단어가 있기는 하지만 네 개의 프레이즈를 지나는 동안 청중은 주체를 혼동할 수 있다.
음악적인 요소를 넣어 가사를 표현하려 할 때 가사에서 주어나 목적어가 명확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므로, 의미 전달이 원활치 못하게 된다. 자칫하면 그냥 듣기 좋은 음악을 감상한 것이 돼 버려서 ‘하나님 찬양’이라는 의도를 잊어버릴 수도 있다.
독창곡과 달리 합창곡을 선곡할 때 가사가 추상적이면 가급적 피하는게 좋다. 추상적이라는 의미는 시의 내용 자체가 추상적일 수도 있고 때로는 문장의 주어나 목적어가 빠져 그렇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꼭 사용하기를 원하면 오늘의 경우와 같이 개사를 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특히 번역곡의 경우 번역된 가사의 문학적인 리듬이 원곡의 음악적인 리듬에 너무 맞지 않게 가사를 붙여놓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때는 개사를 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는 연주가 된다.
이 곡은 A(a-a') - B(b-a") - C 와 같이 구성이 돼 있고 가곡형식으로 두도막형식 곡이 두 개 붙어 있고 마지막에 Coda 가 있는 구조이다. 큰악절을 기준할 때 a, b 의 두 종류가 있다고 보면 연습할 때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a, a', a" 로 가면서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a' 는 a 와 멜로디는 같지만 4성부로 나오므로 파트별 연습이 필요하고, a" 에서는 멜로디가 약간 변형돼 있는 점을 고지해 주면 연습에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레가토로 부르며, 프레이즈 단위로 점점 크게 점점 작게 연주하는 기본을 따르면 무리 없는 연주가 된다.
[ A ]
(전주)
a1 12 그 눈물 없인 평안함 없네 그 죽음 없인 생명 없네
a2 16 보혈 없인 죄사함 없네 십자가 영광 뿐이네
a1' 20 그가 찔림은 우리 허물 인해 그가 상함은 우리 죄로 인해
a2' 24 그가 징계 받아 우리 평화 얻고 채찍 맞아 나음 얻네
12 마디에 ‘없인 평안함’이라는 부분에서 세 번째 박자에 있는 붙임줄 위치에서 ‘인’ 발음을 힘 주어 내 주고 그 반동으로 뒤이어 ‘평안함’이라는 가사로 이어지도록 부른다.
이는 이 곡 전체에 걸쳐서 해당되는 내용이므로 먼저 언급을 한다. 14 마디도 마찬가지이며, 16 마디에서는 ‘인’이라는 가사가 두 박자 반을 지나는데 이 부분 역시 ‘이이인’과 같이 발음하되 마지막 ‘인’ 위치는 한 번 더 힘을 주어 ‘ㄴ’ 발음을 분명히 하고 ‘죄사함’으로 이어지게 한다. 20 마디, 22 마디, 29 마디, 31 마디, 37 마디, 39 마디, 41 마디, 45 마디 등 같은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 위치가 다수 존재한다. 그러므로 연습할 때 이 부분만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우선 연습하면 효과적이다.
[ B ]
b1 29 어린 양 우리 구원자 그 큰 사랑 날 구했네
b2 33 우리의 모든 죄악 담당하셨네 한이 없는 그 사랑
a1" 37 그 눈물 없인 평안함 없네 그 죽음 없인 생명 없네
a2" 41 보혈 없인 죄사함 없네 십자가 영광 뿐이네
29 마디의 ‘어린양’, 30 마디의 ‘그큰사랑’은 accent가 있어야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죄악 담당하셨네’까지 모두 단숨에 부르며, 가능하다면 약간 accel. 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의 ‘네’라는 음도 소리를 줄이지 말고 한 박자를 충분히 낸다. 그리고 35 마디의 첫 박자에 있는 4분 쉼표에서 여유 있고 충분한 호흡을 한 뒤에 앞에서 가속했던 tempo를 늦춰주면 자연스럽게 ‘그 사랑’이라는 위치가 정점으로 강조된다.
37 마디에서 ‘없인 평안함 없네’를 연주하며 점점 크게 할 때는 바로 뒤에 이어서 클라이막스가 온다는 점을 인식하고 분명하게 들리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러고는 38 마디의 8 분 쉼표에서 매우 강하고 짧게 그리고 날카롭게 호흡을 한 뒤 ‘그 죽음 없이인 생명없네’라고 연주한다. 이 때 ‘생명없네’라는 가사에서는 한 음씩 여유 있게 tenuto 하며 강조해 준다.
44 마디에서는 ‘네’를 발음하고 molto cresc. 하여 이어지는 ‘보혈 없인’을 f 로 연주한다.
[ Coda ]
보혈 없인 죄사함 없네 십자가 영광 뿐이네 십자가 영광 뿐이네
한편 ‘십자가 영광 뿐이네’라는 문장을, 마지막 7 마디 동안 두 번 그리고 바로 앞에서 한번 총 세 번 반복하고 있다. 말하자면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조라고 하기에는 tension이 점점 낮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끝맺기 위해 풀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마지막을 점점 사라지는 효과를 주며 마치고 싶은 경우라면 상관 없지만, 변화를 주고자 한다면, 중간 부분의 문장에서 아티큘레이션을 바꿔 45 마디에서 48 마디까지 ‘보혈 없인 죄사함 없네 십자가 영광뿐이네’라는 부분을 marcato로 약간 다르게 연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이정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