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곡분석 - 사랑의 열매 ]
작사 : 최영욱
작곡 : 김규환
제목이 ‘사랑의 열매’라고 붙여진 이 곡은 원래 ‘푸른 열매’(박경문 시, 김규환 곡)라는 가곡을 개사하여 쉬운 명성가 1집(새노래출판사)과 김규환 합창곡 6집(음악춘추사)에 출판됐던 곡이다. 또한, 출판본 이전에도 여러 교회에서 다양하게 개사하여 사용되던 노래이기도 하다.
작곡가 김규환(1925-2011)은 평양 출생으로 해방 전까지 평양 경림학교 교사로 있다가 해방 후 월남하여 동덕여중고, 동아대, 영남대, 동의대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1961년부터 KBS교향악단과 합창단을 지휘하면서 작곡과 편곡활동을 하였고, 1968년부터 1983년까지는 KBS합창단 단장과 지휘를 맡아 작품활동을 계속했다. 우리 귀에 익숙한 곡 ‘님이 오시는지’, ‘남촌’ 등도 김규환의 곡이며 이 외에도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오늘 해설하는 성가곡으로 이 곡을 선정한 것은 설명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찬양에서 중요한 것은 곡조 보다는 가사임을 되돌아 보기 위함이다. 어떤 곡조가 다른 종교적인 이미지로 굳어졌다거나 너무 세속화 돼 교회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거나 하지 않다면 얼마든지 찬양곡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칼빈의 시편가를 봐도 그 당시 익숙하던 많은 곡조를 활용했음을 알 수 있으며, 우리의 찬송가에도 원래 찬송곡이 아닌데 가사를 붙여 활용되는 사례가 많이 있다. ‘기뻐하며 경배하세’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에서, 580장 ‘삼천리반도 금수강산’은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의 결혼식 축하곡에서 따온 것이다. ‘시온성과 같은 교회’는 독일 국가, ‘피난처 있으니’는 영국 국가이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은 미국 남부의 전래 민요에서 왔다. 또, 158장 ‘서쪽하늘 붉은 노을’은 새로 작곡돼 추가되었는데, 사실 우리 귀에는 ‘다뉴브강의 뱃노래’ 선율로 아주 친숙하게 알려져 있던 가사이다.
이 곡은 Moderato 로 연주하며 템포는 ♩= 88 을 전후로 하면 적당하다. 박자는 3/4 이고 조성은 Eb 장조이다. 오늘 설명하는 악보는 인터넷에서 참고하였고 도돌이표를 포함하여 필자가 반주부에 한 두마디 수정을 하였다. 또, 원곡과 가사 표현의 일치를 위해 한 곳의 리듬을 살짝 바꾸었으며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설명한다.
전체적인 구조는 A/ab - B/cde - Coda 와 같은 형태로 형식상으로 보면 반복이 없어 보인다. 음악형식론의 개념으로 보면 가곡형식에서 두도막형식곡과 한도막형식 3개가 모여 이룬 복합형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여기에서 B 부분을 한번 더 반복하도록 악보를 약간 수정하였다.
legato 가 기본인 이 곡에서 연주시 가장 중요한 표현방법 중에 하나는 바로 messa di voce 즉, 점점 크게 점점 작게 연주하는 것이다. messa di voce 를 표현할 때 특별한 표시가 없으면 cresc. 의 시작부분은 p 로, decresc. 의 시작부분은 f 로 연주하면 된다.
곡이 서정적이고 잔잔한 분위기이다. 또, 전체적으로 음역이 높지 않게 형성돼 있으며 협화음정을 주로 사용하였으므로 일반 찬양대에서도 비교적 쉽게 익히고 연주할 수 있다.
가사를 전체적으로 요약하여 음미할 필요가 있다. 제목은 ‘사랑의 열매’ 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주 되시는 예수님을 노래하고 있다.
시편23편의 목자로 주님을 묘사하며 시작한다.
그 목자는 바로 우리 양 떼를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분이시다.
이어 포도나무 과원의 과원지기로 주님을 묘사한다.
목자가 양떼를 돌보는 것처럼 포도나무를 살피고 보살피는 과원지기이시다.
그 분은 말씀대로 우리를 살피시며 열매를 풍성히 맺도록 말없이 가꾸신다.
주님은 우리가 열매를 맺으며 즐거움 가운데 천국에 이르도록 보살피신다.
천국에서 주님을 뵈옵고 우리는 ‘오 주여 나의 주여’라고 고백할 뿐이다.
[ A ]
1 (전주)
a1/3 여호와는 나의 목자가 되시며
a2/7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여 주시네
b1/11 그 푸른 초장 사이 언덕 너머 낙원에
b2/15 저 사랑의 열매들 가득 채워주소서
5 마디 뿐만 아니라 곡 중간중간에 1 박자 음의 종지가 많이 나온다. 이 위치에서는 한 박자를 충분히 내 주고 소리가 바운스 돼 위로 사라지듯이 자연스럽게 끊어주어야 한다.
15 마디와 16 마디를 지나면서 ‘저 사/랑의 열매/들’ 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많이 사용되는 악보들에 보면 ‘저 /사랑의 열/매’ (? /♪♪♩♩/♩) 와 같은 리듬으로 돼 있으나, 필자가 점2분음표를 분할해서 음표를 하나 더 넣고 지금처럼 수정하였다. 이는 원 곡의 가사가 ‘저 /푸른 열매/들’ 이라고 돼 있고 ‘열매’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staccato 가 붙여져 있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살리고자 함이다.
여기서 ‘열매’에 있는 staccato 를 연주할 때 단순히 음을 끊고 음 길이의 반절만큼 내는 기계적인 표현보다는 legato 로 연주하되 그 음절에서는 각 음을 ‘끊어 연주’하는 즉 ‘연음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음 길이를 충분히 내 주고 legato staccato 또는 mezzo staccato 의 느낌으로 연주한다. 또, 그 음절들의 소리는 마치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연상하며 바운스가 있는 소리를 내 주는 것이 좋다.
15 마디의 ‘저’ 라는 가사에서는 특히 자음 ‘ㅈ’ 을 강조하여 발음한다. 아니면 자칫 ‘어~’로 들려올 위험이 있다.
[ B ]
c1/21 주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는 가꿈이
c2/25 수 많은 가지마다
d1/29 소망의 익은 열매 어루만지면서
d2/33 말없이 가꿔나가는 저 목자의 손길
e1/38 아 아 믿음의 형제들 그 즐거움이여
e1'/46 아 아 저 천국 문에서 주님을 뵈오리라
29 마디에서 ‘소망의’ 라는 가사의 음이 비교적 낮은 음역에서 들리게 되는데 ‘소’라는 발음에서 ‘ㅅ’ 자음을 강조하여 발음해 주어야 ‘소망’이라는 단어가 들려올 수 있다.
35 마디에 ‘저 목자의 손길’ 이라는 위치에 accent 표시가 돼 있다. 당연히 강조하라는 의미이다. 마디에 걸친 accent 표시는 곡 전체에서 여기 한 곳 뿐이다. 음악적인 효과를 위해 여기에 필자 소견을 덧붙여 설명한다. 36 마디에서 ‘손/길’을 4박자 소리 내고 37 마디에는 두번째, 세번째 박자에 쉼표가 있다. 그런데 여기를 36 마디 ‘손/길’을 발음한 이후에서부터 소리를 점점 크게 5 박자를 내고 37 마디에서는 한 박자만 쉬되 깊고 충분한 호흡을 하여 이어지는 ‘아’에서 f 를 내게 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을 제목 및 전체 가사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때, 이 곡은 ‘사랑의 열매를 많이 맺는 나무가 되자’라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양떼를 돌보는 목자와 같은 바로 그 포도원지기 즉 주님의 손길이 열매를 맺게 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그 ‘주님’을 주목하며 노래하고 있다. 누가복음 13장 6절~9절에 보면, ‘3년이 지나도록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 나무를 찍어 버리라’는 포도원 주인의 말에 ‘두루 파고 거름을 주겠으니 한 해만 더 기다려 주소서’라고 탄원하는 주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므로 찬양이 되는 것이다. 가사에 의한 찬양의 분류로 본다면 ‘복음찬송(Gospel Hymn)’에 해당한다.
38~39 마디와 46~47 마디에 ‘아’라고 감탄사가 나오는데 두 번째 ‘아’에서 화음이 약화되면서 슬픈 노래처럼 부를 위험이 있다. 39, 47 마디에 iii 화음이 사용되면서 협화음인 I 화음의 강한 느낌 이후 부3화음으로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쉬운 명성가>에는 반복이 없고, <김규환 합창곡>에서는 ‘아~/아~’ 대신에 ‘할렐루/야~’ 로 개사하여 38마디부터 반복하게 돼 있기도 하는데, 필자 소견에 음악의 구조상 앞에서부터 반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반복 위치를 수정하였다. 또, 3분 전후로 연주시간을 조정하려는 의지도 포함됐다.
그러므로 이 곳은 ‘아’의 가사를 마치 ‘와~’ 하고 감탄하는 느낌으로 연주하며 (작곡자의 다른 버전을 참고하면 ‘할렐루야’라고 외치는 느낌으로), 두 번째의 ‘아’는 앞 음과 연음하지 않고 오히려 더 힘있고 자신있게 연주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 ‘아’라는 가사는 마치 파열음과 같이 ‘ㅇ’ 자음을 발음하며 강조해야 연음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 Coda ]
56 오 주여 나의 주여 (오 나의 주께 영광)
( ) 안의 가사는 음악춘추사 출판 가사이다.
저 천국에서 주님을 만났다고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가슴벅찬 일이겠는가? 상상만으로도 그 느낌이 달라진다. pp 라고 해서 그저 작은 소리로 내라는 의미가 아니다. 너무나 감격스러운 나머지 목이 매여 소리가 안나오는 것일 뿐이다. 작지만 힘 있는 소리로 ‘주여’ 라고 외치는 것이다.
- 이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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